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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s/The_Times

캣맘 사건으로 바라본 우리의 자화상



지난 8일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진 이른바 ‘캣맘 사망 사건’ 용의자가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초등학생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용의자 ㄱ군이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 실험을 실제로 해보기 위해 친구 2명과 옥상에 올라가 벽돌을 아래로 던진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철없는 초등학생의 장난에 애꿎은 한 사람이 생명을 잃은 셈이다.

당초 이 사건은 길고양이와 캣맘을 싫어하는 사람이 저지른 증오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뜨거운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인에게 버려져 대도시 아파트와 공원을 떠도는 길고양이를 불쌍하다고 보살피려는 캣맘과 그렇게 하면 길고양이가 더 늘어난다며 불편해하는 측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다. 인터넷에 ‘캣맘을 엿먹이는 방법’이라는 글까지 등장하는 등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캣맘 사망 사건이 초등학생의 장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쟁의 초점이 책임 소재로 옮겨붙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ㄱ군이 만 9세로 현행법상 형사미성년자일 뿐 아니라 소년보호처분이 가능한 10세부터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도 해당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인터넷에는 죄없는 사람을 죽게 한 데 대해 아무도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년범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했다.


용인 캣맘의 비극은 도시 공동체의 각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만 길고양이 25만마리가 살고 매년 2만마리가 새롭게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만든 도시생태계의 일원인 이들을 돌보다 캣맘이 희생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길고양이를 비롯한 유기 반려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나 정책이 건전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형사미성년자인 아이가 18층 옥상에 올라가 벽돌을 아래로 던진 것 역시 위험 관리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가정과 학교에서 안전 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