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ubjects/C&E

안드레아 보첼리의 영화 음악

세계 최정상의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데뷔 첫 영화 음악만을 모은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영화 음악. 안드레아 보첼리의 새 앨범 제작 스토리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인터뷰 영상을 네이버뮤직에서 만나보세요.

우아함과 낭만, 그리고 드라마틱한 감성의 대명사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는 한 편의 영화를 닮았다. 그래서 그가 이번에 새롭게 발표하는 야심작 [Cinema]는 20여 년이 넘는 그의 음악 인생 동안 이미 한 번은 나왔음직한, 심지어 왜 이제서야 이러한 작품을 발표하는가 하는 의문마저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음악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명작들 만을 추려 한 장의 앨범에 빼곡히 담은 이 음반은 영화를 닮은 그의 노래와 더없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또한 안드레아 보첼리 스스로도 이렇게 영화 음악만으로 레파토리를 채운 앨범에 대한 열망을 오래전부터 꾸준히 간직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고, 녹내장을 앓고 있던 안드레아 보첼리는 12살때 불의의 사고로 뇌진탕과 함께 시력을 완전히 잃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평생을 앞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어린 시절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를때마다 그의 가족들 얼굴에 피어오르던 미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는 또 다른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가족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를 보던 순간들이다.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가족들 역시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하나의 가족 행사처럼 특별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가운데 1950년대 혹은 그 이전부터 1960년대 사이에 제작된 영화에 삽입되었던 곡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뮤지컬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들로부터 선곡한 곡도 많은데, 'Maria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Be My Love - 토스트 오브 뉴 올린스(The Toast of New Orleans)', 'The Music of the Night -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No Llores Por Mi Argentina - 에비타(Evita)' 그리고 'Cheek to Cheek - 탑 햇(Top Hat)', 'Ol' Man River - 쇼 보트(Showboat)'와 같은 고전 뮤지컬 영화 레파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오페라 경험이 풍부한 안드레아 보첼리로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곡이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풍부하게 표현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이러한 레파토리들이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하여 식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열망과 팬들의 기대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드레아 보첼리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앨범 제작을 위한 프로덕션에 오랜기간 팀웍을 맞춰온 십년지기 멤버들을 한데 불러모으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 2005년 안드레아 보첼리는 앨범 'Amore'를 위한 녹음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이 앨범에는 세계적인 작곡자이자 프로듀서로 현재 버브 뮤직 그룹(Verve Music Group)의 회장이기도한 데이빗 포스터가 참여했다. 데이빗 포스터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셀린 디온과 함께 불러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았던 'The Prayer'를 작곡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데이빗 포스터는 이 곡을 프로듀싱하면서 안드레아 보첼리와 인연을 맺게 됐고, 앨범 'Amore'는 그가 본격적으로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이다. 

이후 안드레아 보첼리와 데이빗 포스터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로서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동반자로서 지금까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데이빗 포스터 외에도 보컬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토니 레니스, 데이빗 포스터와 오랜기간 함께 작업해오고 있는 프로듀서이자 녹음 엔지니어인 움베르토 가티카도 합류시켰다. 이들이 모두 함께 참여했던 앨범 'Amore'는 스티비 원더, 나단 이스트, 비니 콜라이유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케니 지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렇게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던 최고의 프로덕션 팀을 다시 한데 모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프로듀서와 보컬 디렉터, 엔지니어까지 포지션 별로도 빈틈없이 구성된데다가 서로 손발이 잘 맞는 오랜 팀워크까지 겸비했고, 노래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의 실력을 겸비했다고 인정받는 안드레아 보첼리가 토니 레니스를 통해 보컬 디렉팅을 받는다는 것은 현재의 명성과 실력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도 비춰진다. 그만큼 이 앨범은 안드레아 보첼리 본인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가 담긴 앨범인 것이다. 

앨범 [Cinema]는 발매를 앞두고 예고편과도 같은 첫 번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앨범에서 곡 순서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Nelle Tue Mani (Now We Are Free)'가 영상으로 완성됐는데, 바로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에 수록됐던 곡이다. 역사적인 배경과 주인공의 서사적인 일대기가 웅장하게 다뤄졌던 원작 영화의 분위기를 닮은 이 뮤직비디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하비 사막에서 촬영됐다. 검투사와 오토바이를 탄 남자, 타지마할 궁전과 자금성, 갈라진 사막 위를 걷는 여인과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등 서로 동떨어져보이는 상징들이 교차 편집되는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배우 존 트라볼타가 등장한다. 그리고 씬과 씬 사이로 말을 탄 안드레아 보첼리가 화면을 가로지르는 이 뮤직비디오는 언듯 굉장히 난해해보이지만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보여주는 서사적인 편집과 함께 이를 관통하는 곡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서두르지 않고 힘주어 노래하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뒷받침하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굳이 영상이 아니더라도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구성을 지닌 이 곡은 앨범 [Cinema]를 더없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앨범 [Amore]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 [Cinema]에서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준다. 이탈리안 웨스턴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도 불리는 스타일을 완성한 영화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이 곡의 원래 제목은 'Deborah's Theme'이다. 토니 레니스가 여기에 가사를 붙여 'E piu ti penso'라는 제목으로 완성한 이 곡은, 영화 속 과거 회상 장면에서 어린 '누들스'가 짝사랑하던 '데보라'와 마주앉아 설레임 가득한 첫 키스를 나누던 장면에서 등장했던 곡이다. 은근하게 마치 애간장을 태우듯 조심스럽게 전개되는 멜로디는 듣는 이로 하여금 왠지모를 회상에 젖게 만드는 아름다운 곡이다. 

이 곡도 안드레아 보첼리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로 제작됐는데, 바티칸 시국의 천사의 성을 배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도쿄의 레인보우 브릿지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모습이 교차 편집되고,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는 두 도시의 전경이 타임랩스 영상으로 서서히 펼쳐지는 영상미가 돋보인다. 처음 이 곡을 두 사람이 함께 부르기로 결정된 후 아리아나 그란데는 노래를 맞춰보기위해 당시 안드레아 보첼리가 머물고 있던 마이애미의 거처로 방문했다. 사전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안드레아 보첼리의 아들 마테오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방문에 할말을 잃을 만큼 깜짝 놀랬었다며 당시를 회고하는 안드레아 보첼리는, 그녀가 어리지만 이미 세계적인 스타의 자리에 있는 만큼 실력도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뮤지컬 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Top Hat]의 수록곡인 'Cheek to Cheek'은 이미 재즈 스탠더드로 자주 연주되고 불리워질만큼 유명한 곡이다. 앨범 [Cinema]에서 안드레아 보첼리는 이 곡을 그의 배우자인 베로니카 베르티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했다. 배우 출신인 베로니카 베르티는 산뜻한 재즈 스윙 곡으로 편곡된 이 곡을 남편인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매우 능숙하게 노래하고 있다. 재즈 풍으로 편곡된 이 곡과 함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삽입곡인 'Sorridi amore vai' 역시 칸초네 풍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합창단의 화음으로 오케스트라가 아닌 색다른 편곡으로 눈에 띄는 곡이다. 

이밖에도 영화 [닥터 지바고](Dr. Zhivago)의 '라라의 테마'를 노래한 'La chanson de Lara',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역임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곡 'Maria'와 어린 시절의 안드레아 보첼리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버전으로 즐겨 들었던 'Moon River' 등 수많은 명곡들이 앨범에 무려 16 트랙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반갑고 또 아련한 감상에 젖어들만큼 선곡과 편곡의 묘가 돋보이는 구성이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지난 9월 18일 할리우드의 돌비 씨어터에서 앨범 [Cinema]의 레파토리가 중심이된 대규모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 실황은 미국의 공영방송 PBS를 통해 앞으로 미국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8천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할만큼 성공을 거둔 안드레아 보첼리이지만 이번 앨범에 거는 기대가 얼마만큼인지는, 이러한 대규모 사전 프로모션과 사뭇 다른 스케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 만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다. 그 기대가 헛된 바램이 아니라는 것은 음악을 들어보면 곧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이 앨범은, 구성과 녹음, 후반작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가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이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된다. 조심스럽지만 아마도 앨범 [Cinema]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디스코그래피와 음악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라 예상된다.